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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해설작가/자료조사

{책}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1부 글쓰기의 본질

연암의 글쓰기는 생태 글쓰기다

- 생태학은 인간과 환경의 상호 관련성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생태 시각의 본질은 인간을 포함한 존재의 평등과 공존에 있다. 글쓰기는 참되면 그뿐이다. 참됨이란 자기 목소리를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연암에겐 자연의 소리, 빛깔, 흥취, 경물이 살아 있는 글이다. 정해진 이치란 없으며 자연 사물에는 단순하게 밝힐 수 없는 복잡한 양상들이 있다. 현상만 보지 말고 이편과 저편의 사이를 꼼꼼하게 관찰하고, 차별과 편견을 두지 않는다. 비유나 묘사를 활용해 자연 사물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재현함으로써 작가의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글쓰기. 


생태 글쓰기는 상생과 공존을 이야기한다 

- 자연 사물의 생태로부터 깨달음을 얻어 나와 타자, 인간과 자연 간의 다양성을 자각하고 상생과 공존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글쓰기. 연암은 겉으로는 이쪽과 저쪽의 균형 정신을 강조했지만, 중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실제로는 소외된 존재의 편에 섰다. 



2부 글쓰기의 기본 방침

연암의 글쓰기는 진부함을 꺼린다

-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과 단순 모방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연암이 평생에 걸쳐 고심한 문제의식이었다. 글이란 뜻을 드러내면, 내 진심을 표현하면 그만일 뿐이다. 웃음이라는 코드를 빌려 사회의 부조리를 찌르고, 아프게 하고, 가렵게 하는 글쓰기를 지향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촉구하게 하는 글, 독자의 정신을 일으켜 깨우고 공감을 일으키게 하는 글을 써야 한다. 지금의 삶과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했던 의식. 세상과 다른 행동과 방식은 세상의 잣대로 보면 흠과 결점이지만, 역설적으로 세상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진솔한 자의 모습이다. 

- 첫머리에서 논지를 분명하게 하라(문제제기, 논쟁 삽화 등), 장면을 초점화하라(특정한 상황이나 장면에 집중할 때 글에 생동감이 흐르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 관습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라(관습적인 상징의 어휘를 창조적인 상징어로 바꾸어 활용), 개인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용사(用事)를 새롭게 자신만의 뜻으로 바꾸어 사용한다. 결말에서는 여운과 극적인 방식을 쓰며,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지 않는다. 



3부 글쓰기의 과정

연암의 글쓰기는 과정 중심이다

- 오늘날의 작문 교육은 과정 중심의 단계졀 쓰기 교육을 강조, 최근에는 장르 중심 글쓰기 교육, 대화주의 글쓰기 교육 등이 제시되고 있다. 고전의 글쓰기는 직관을 강조하고 나와 사물의 합일을 추구한다. 인지주의 작문 모델을 참고하여 연암의 글쓰기 과정 구성. 탐구심으로 관찰하기 → 자연 사물과 교감하기 → 자료 모으기 → 제목에 따라 구상하기(제목에서 글 전체의 방향과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야) → 협력적인 글쓰기(시대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한 공동체와의 사유 속에서 나온 글, 사회 인지주의 관점으로서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외적 맥락 중시) → 수정하기 



4부 맥락의 글쓰기, 전략의 글쓰기

연암의 글쓰기는 전략이다

- 자연사물을 글자로 보는 관점은 글쓰기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온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글 역시 조건과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이 생각 아래서는 언어의 객관적인 진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구성하는 글쓰기가 중요해진다. 연암은 현실을 허위와 모순이 가득한 공간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변화하는 자연, 모순된 현실을 문자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글을 알맞게 배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전략이라는 개념이 필요해진다. 전략이란 글쓰기 과정에서 일어나는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조직, 표현, 수정하는 과정을 말한다. 오늘날 작문 이론에서의 전략이 쓰기 현상과 사고 측면에서 이루어진다면, 연암의 전략 개념은 상황과 구성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사회 인지주의에서는 사회 구성원간의 상황성에 주목한다. 구성, 맥락, 왜, 누구에게 썼는가. 


「하룻밤에 강을 아홉 번 건넌 기록」의 글쓰기 전략 

- 외물에 현혹되지 않는 삶의 태도라는 인식론적이고 철학적인 주제 의식. 맥락 속에서 작품의 구조를 바라보면 현실과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현실 인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떼어놓기 전략 구사. 


「황금대기」의 글쓰기 전략

- 공간의 문제. 공간은 단순히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실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장소를 경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놓여 있다. 사행 공간은 모르는 세계를 향한 새로운 타자 체험의 공간. 실지로서 공간을 체험하고 새로운 장소 경험을 한 경계인. 황금대는 북경을 대신하는 말로 불릴 만큼 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공간이자 황금대에 담긴 문제성. 장소 신화란 장소와 장소에 부여된 의미가 자의적으로 사회적 과정을 통해 결합해서 기호를 형성하지 못하고, 장소에 특정한 의미가 고정되어 버리는 현상. 황금으 실체를 폭로함으로써 직접적으로 황금대를 비판하지 않고도 황금대가 갖고 있던 이념의 도그마를 해체한 것. 고전의 공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공간에 담긴 의미와 자취를 다시 찾아내가야 하리라 본다. 


「범의 꾸짖음」 글쓰기 전략

- 시대 풍자 문학. 구성 미학. 도입부는 모호하게 만들기(독자를 의식한 글쓰기 행위)와 관심 끌기(작가의 글쓰기 능력을 구현하는 미학적 장치). 본문 전반부는 인간의 자기모순 극대화. 본문 후반부는 인간의 잔인성 고발과 자연과의 평등. 후지는 본문과의 관련성 흐리기. 실제와 허구를 섞어 놓아 독자를 속이는 전략부터 본문과 후지의 병렬적 구성, 인간이 인간을 고발하는 자기모순의 기법 등 참신한 방식들이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