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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독립영화관 이봄씨어터의 한 상영관. 영화 <밀정>이 상영되기 시작하자 관람객 20여명 중 일부가 안경을 착용했다. 이들은 청각장애인이고 이들이 쓴 안경은 렌즈 한가운데 있는 손톱 크기의 작은 스크린에 자막이 띄워지는 스마트안경이다. 이 스마트안경으로는 자막 대신 수화화면도 볼 수 있다.
함께 상영관에 앉아 있던 시각장애인들은 화면 해설이 제공되는 음성수신기를 귀에 꽂고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관 측에서 영화가 시작되자 수신기에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수신기에서는 배우들의 대사 사이사이에 동작을 세밀하게 묘사해주는 성우의 음성이 들렸다. 영화 초반부 의열단 내 스파이를 색출하는 장면에서는 “김우진(공유 분)이 조회령(신성록 분)의 팔을 옆으로 밀어내는 바람에 총이 빗나간다. 무릎을 꿇고 있던 주동성(서영주 분)의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흘러내린다”는 해설이 흘러나왔다.
이날 행사는 장애인 4명이 지난해 2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을 상대로 장애인용 영화관람 보조기기를 제공하라며 차별구제청구소송을 내자 법원이 보조기기의 실효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마련한 현장검증이다. 판사와 양측 변호사가 비공개로 시연회를 했고, 이후 원고 측이 장애인들과 기자들을 상대로 공개 시연회를 열었다.
청각장애인 함효숙씨(47)는 수화로 “영화 스크린에 자막이 함께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며 “스마트안경이 코를 눌러 무겁게 느껴졌던 것만 해소된다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화관람 보조기기로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 보고 싶은데 한국 영화는 자막이 없어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한 시각장애인은 “화면 해설이 상세해 영화에 몰입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현재 일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선 한 달에 한 번 자막과 영화 해설이 제공되는 시청각장애인용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지만 개봉관 수가 적고 시간대도 제한적이다.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개봉 20일 만에 1033개 스크린에서 천만관객을 동원했지만 배리어프리 방식으로 1회 이상 상영한 곳은 38개뿐이다. 관람가능 횟수도 40회에 불과했고 서울 등 대도시 일부 영화관에서만 상영됐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시민단체와 변호사들은 장애인들이 문화·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토록 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대형 영화관이 장애인들이 상시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게 영화관람용 보조기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시연회에 스마트안경을 제공한 유진희 전 한아미디어 대표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스마트안경 2대와 화면 해설 이어폰 1개를 보유할 경우 서버 비용까지 포함하면 연간 1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며 “1년에 150~250명의 장애인 관람객이 온다면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 영화관들은 “자막 제공과 화면 해설은 영화제작업체나 배급업체의 몫으로, 상영업자에게 보조기기 제공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현재 보조기기의 기술도 상용화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라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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