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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1탄. 화면해설방송작가가 되려면



안녕하세요. 
화면해설방송작가에 대한 인터넷에 있는 정보가 적다 보니 제가 메모 및 정리를 하기 위해 쓰는 블로그에도 종종 문의글이 들어옵니다.  
일단 전 현재 한시련의 화면해설방송작가 양성 과정을 밟은 후, 현재 조금씩 활동 중입니다. 
물론 제가 화면해설방송작가를 대표하기는 커녕, 아는 지식 역시 제게 문의를 하시는 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화면해설방송작가에 대해 알아볼 때 느꼈던 답답함을 느끼고 계신 것 같기에 
일단 제가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합니다. 
강조하여 말씀드립니다. 이것은 제 생각이고, 한시련이나 다른 작가분들, 기타 단체와 상관이 없습니다. 

1. 화면해설방송작가란?
화면해설은 소리로 화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면해설 방송작가는 드라마, 다큐, 영화 등의 영상 속 상황이나 표정, 행동 등을 적절한 시점에 정확하게 표현해주는 사람이죠. 화면해설은 단순히 영상기법이 아니라,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대본의 지문을 옮기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화면해설은 생각보다 정교하고 다양한 작업이 필요합니다. 보통 10분의 장면을 작업하기 위해 몇 시간은 걸리며, 결국 영상에 담겨 있는 내용을 재구성, 창작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면해설은 영상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 TV프로그램, 영화, 비디오 등의 영상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전달하기 위해 '화면을 소리로 해설해주는 것'이다. 즉 영상의 스토리 전개와 주 음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대사 사이사이의 짧은 시간에 정확하게 영상을 설명해주는 것을 말한다. 화면해설작가는 청각을 통해 내레이션을 듣고 시각적으로 볼 수 없는 화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의 외양 묘사뿐만 아니라 행동, 몸짓, 배경이나 장면의 분위기, 상황 변화 등을 설명해줌으로써 시각장애인의 영상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화면해설작가는 단순히 영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물을 만든 제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여 그 의도를 적절한 언어로 구사하여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배리어프리 화면해설 글쓰기>(2017, 지식과 교양) 中



"화면해설방송은 영상이라는 시각적 정보를 언어적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번역의 결과물이다. 나아가 영상 메시지의 단순한 치환이 아니라 화면해설 작가가 간결하고 생생하며 상상력을 내포하는 단어를 사용해 시각 장애인에게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하는 창조적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시청자에게 어떤 정보가 필요한가에 대한 판단과 선택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작업인 것이다. 더욱이 원작의 오디오 사이의 짧은 공간에 맞도록 정확하고 압축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매우 정교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요구되는 전문성의 수준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비시각장애인의 경우 한 번 눈으로 보아도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 예를 들어 시간 정보(밤과 낮 등), 장소 정보(실내와 실외, 사무실과 집, 거실과 부엌 등), 인물 정보(몇 명이 모여 있는지, 남자와 여자, 성인과 아이) 등을 어떻게 해설할 것인가는 매우 고민스러운 작업인 것이다. 해설을 위해 주어진 시간도 매우 짧은지라, 작가는 어떤 정보가 시각장애인에게 이 장면을 설명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것인가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한다. 화면해설 작가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시간, 장소, 인물 등과 같은 기본적인 영상 정보뿐만 아니라, 음악, 음성, 음향과 같은 청각적 정보, 카메라 워크나 조명, 색상, 편집 등과 같은 다양한 영상 언어가 복합된 텍스트를 유효적절하게 재창조해낼 수 있는가 등 고도의 전문성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과 국내의 장애인방송 운영제도 비교 연구> (2014, 방송통신융합 정책연구과제 최종보고서) 中

 



2. 화면해설방송작가 수업을 들으려면? 
한시련에서 지금까지는 2년마다 한번씩 작가양성과정을 열었습니다. 약 반년에 걸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수업을 듣게 됩니다. 
2017년 6기 수업이 끝났고, 2018년에 7기를 모집 예정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건 한시련 공지사항을 늘 체크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수업은 서류와 실기 심사를 거쳐 선발한 소수 정예로 진행되며, 중간 평가와 최종 평가를 거쳐 화면해설방송작가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3. 미디어센터나 스튜디오 등에서 수업을 듣거나 실력을 쌓는 것은? 
지방 몇몇 곳에서 화면해설방송작가 수업을 가끔 개설하곤 합니다. 
부산미디어센터에서만 부산국제영화제를 중심으로 '배리어포럼'이란 단체를 통해 약식으로나마 작가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인천, 강원, 대전 지역의 미디어센터에서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으나 2017년 현재 폐지된 상태입니다.
또한 과정 수료 후 실질적으로 화면해설방송작가의 일을 할 수 있게 연계가 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전체 화면해설방송의 약 80%를 한시련에서 제작하고 있습니다. 
한시련 작가 과정 수업이 매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기다릴 수 없다' 하시는 분들이 스튜디오나 업체에 들어가 일을 배우고 활동을 한다면,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수업을 들으며 느끼는 것은 화면해설이란 것이 생각보다 무척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정확히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업체가 있는지, 어떤 곳이 괜찮고, 어떤 곳이 완성도 낮은 화면해설과 열악한 작가 대우를 하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최소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 제작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수어방송 제작을 함께 하는 곳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4. 화면해설방송작가로 먹고 살 수 있나? 
정확한 원고료는 공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단 년차에 따라 달라지고, 장르나 난이도 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아마도 예상하시겠지만, (한국의 작가에 대한 예우가 대부분 그러하듯)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원고료가 그다지 높진 않은 편입니다. 
어쩌면 사명감이나 책임감 등이 적은 원고료의 나머지를 채우는 것일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화면해설방송에 대한 노력을(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많이) 하고 있으니, 작가에 대한 처우도 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저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받고, 희생, 봉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도 이제야 알아가는 처지인지라 실질적인 정보가 빈약합니다. 
그래도 이리저리 알아보고 고민하고 계실 님을 응원하며. 건투를 빕니다. 
그 외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댓글이나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추후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